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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aku Essay

[20200912] 6년에 단 두 번 / 7년에 단 한 번

 뭐가 6년에 단 두 번일까.

확실한 건 흔한 일은 아니라는 것뿐이다.

정답은 간단하다.

생일이 주말인 횟수다.

 

 사실 윤년이 4년마다 돌아오기 때문에 정확히 6년에 두 번은 아니다.

특정 날짜 요일은 평년 = 전년 + 1 요일 / 윤년 = 전년 + 2 요일로 쉽게 계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윤년 전년 생일이 금요일이었으면 윤년 생일은 일요일이 되므로 정확히 6년 단위로 끊어지지 않는다.

윤년이라는 게 없었으면 7년에 두 번일 테니 그야말로 나나 같다.

 

 어쨌든 대체적으로 6년이면 두 번쯤 기회가 생긴다.

뭐 이거 계산법 알려주려고 이 글을 쓴 건 아니니 가볍게 넘어가자.

 

 이렇게 쓰고 보니 주말에 생일을 맞이하는 게 생각보다 흔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2020년 맞이하는 생일은 토요일이다.

주말 하면 뭘까.

그건 바로 라이브

 

 라고 하고 싶지만 9월 중순에 라이브가 흔한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9월은 이미 여름이 지나가는 시기라 여름 투어에 편입시키기 애매하기 때문이다.

투어를 말도 안 되게 많이 해서 9월 중순까지 넘어오거나

대관 관련해서 스케줄이 원활하게 잡히지 않을 때나 가능한 시기다.

 

 실제로 내 생일 전후에 라이브를 했던 케이스는 단 세 번이다.

LIVE UNION 치바, LIVE ADVENTURE 도쿠시마, LIVE EXPRESS 치바

 

 도쿠시마는 둘째치고 정말로 치바에 뭔가 있는 걸까.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두 라이브가 참 우연히도 생일과 맞아떨어진다.

7년에 한 번이었던 이 시기를 나는 전환점이라 부른다.

 

 오타쿠들한테는 이런 끼워 맞추기가 필수 아닌가.

사람은 추억을 먹으며 살아가고 오타쿠는 몽상을 먹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나는 끼워 맞춘 몽상을 현실이 될 때까지 기다리며 그 현실에서 흘러나온 추억을 먹고 살아간다.

 

 그리고 나는 지금 또 한 번의 끼워 맞추기를 해보려고 한다.

2021년, 2026년, 2027년

내 생일이 주말인 년도다.

 

 이렇게 쓰고 보니 2026년이 눈길이 간다.

내 인생을 크게 뒤흔들었던 2012년과 2019년에 이어 또다시 찾아올 7년 주기 전환점이다.

전환점과 주말 생일이 같이 찾아오는 그야말로 특대형 전환점이다.

 

 2026년이면 나도 서른 중반이고 나나도 마흔 중후반이다.

많은 것이 변했을 것이다.

코로나는 진작에 종식되었을 것이다.

내 인생에도 뭔가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불행한 일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뭐가 일어날지 모르니 그에 따른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나는 저때도 노래를 부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응원하는 미즈키 나나는 언제까지라도 노래를 부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들으러 갈 것이다.

 

 만약 2012년 당시에 2019년의 내가 와서 7년만 기다리면 인생의 전환점이 생길 것이라고 했으면 믿었을까?

당연히 믿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고?

그 당시의 나는 몽상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자신도 포기하려고 했을 때 그 전환점은 돌연 내 앞에 찾아왔다.

앞으로의 내 인생을 이끌어 갈 수많은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19년 당시에 2026년의 내가 와서 7년만 기다리면 인생의 전환점이 생길 것이라고 했으면 믿었을까?

당연히 믿었을 것이다.

왜냐고?

지금의 나는 몽상가이기 때문이다.

 

 이래 놓고 막상 2026년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몽상가가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