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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aku Essay

[20200414] 투어 모든 공연 중지에 가까워져 가고 있는 현재의 심정

 미즈키 나나라는 아티스트가 여태까지 했던 공연은 정확히 딱 200개다.

제외 기준이 좀 있지만 어쨌든 본인 명의로 한 단독 라이브가 벌써 200개라는 소리다.

물론 미즈키 나나도 우리와 같은 사람인지라 2014년 FLIGHT 때는 건강 문제로 취소된 적도 있었다.

사실상 그것 말고는 여태까지 중지, 취소, 연기라는 단어를 볼 일이 없었다.

그래서 미즈키 나나라는 사람을 신뢰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하지만 코로나라는 거대한 재앙 앞에서는 그 누구도 어쩔 수 없었다.

17개나 되는 모든 공연을 간다는 원대한 꿈은 이젠 의미가 없어졌다.

투어 스케줄 페이지 기다란 스크롤은 그냥 스크롤일 뿐이다.

이젠 5개밖에 안 남았는데 이것마저도 사실상 중지에 가까운 상황이니까 올해는 더 이상 라이브를 볼 수가 없다.

 

 공연이 하나둘 취소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느꼈던 건 『2012년 이후로 라이브만 보고 살아온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라는 허무감이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의미라는 것을 찾는 동물이라고 한다.

어느 날 본인 삶을 의미있게 해 준다고 생각했던 중요한 것이 사라질 때 느끼는 '의미의 공백'이 흔히 말하는 허무감이다.

지금 넘쳐나는 허무함을 해소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양질의 인간관계와 소소한 즐거움이다.

 

 그런 점에서 라이브는 참 대단하다.

라이브라는 목적을 위해 여행을 다니면서 양질의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수많은 소소한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 라이브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기대감이 넘치는 희망찬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서로 돈독하게 지내면서 몇 년이란 세월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이 인간 관계도 나에게는 하나의 의미다.

 

 나만 이러는 게 아니다.

내 주변에서 라이브를 다니는 사람 대부분은 아마 이럴 것이다.

우리에게는 라이브를 참전하는 것과 그에 수반되는 것들 자체가 각각 하나의 의미다.

 

 그래서 알 수 있다.

라이브의 부재로 생긴 의미의 공백은 나만 가지고 있을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도 리스크가 되어버린 현재 상황에서 라이브까지 없으니 멀쩡한 사람은 분명 없을 것이다.

 

 나나도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알고 있던 걸까.

나나 공식 트위터에 흥미로운 영상이 올라왔다.

https://twitter.com/NM_NANAPARTY/status/1248551793258139648

 

水樹奈々 公式サイトNANA PARTY on Twitter

“水樹とお家でタイマンしませんか😆? 挑戦者求む!(笑) by奈々 #水樹奈々とタイマン勝負 https://t.co/MMzu9EcajU”

twitter.com

 

 이전 투어에서부터 간간히 해왔던 타이만 승부가 돌아왔다.

본인이 노래를 부르고 나나 영상이랑 합쳐서 하나의 선율을 이뤄낸다.

아니나 다를까 올라오자마자 서브컬쳐계 유명인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사람이 트윗을 올리고 있다.

나나가 제안한 승부를 모두가 받아들인 것이다.

 

 승부라는 건 사전적 의미로 명확하게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승부는 모두가 승자이면서 패자인 독특한 승부다.

의미를 잃은 모두가 패자인 동시에 극복하려고 서로 하나가 되는 모두가 승자다.

말 그대로 힘들지만 모두가 행복한 그런 승부다.

 

 이런 행복한 승부를 보고 있자니 그래도 허무감이 조금은 사라지더라.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다.

『모두들 잘 극복하고 있으니 나도 내가 갖고 있던 의미를 되찾을 때까지 조금만 참아보자

 

 그 날이 오면 뭘 하고 있을까?

뻔하지.

그냥 시원하게 술을 마시면서 다음 라이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