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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aku Essay

[20200514] 늦은 여름의 이야기

https://twitter.com/NM_NANAPARTY/status/1259680416497201152

 

水樹奈々 公式サイトNANA PARTY on Twitter

“【NANA PARTY更新】「NANA MIZUKI LIVE RUNNER 2020」6月・7月(山形~大阪)公演開催中止のお知らせを更新しました。 https://t.co/HjZ5Znq0ZP #水樹奈々 #LIVE_R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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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취소다.

야마가타, 히로시마, 오사카 1, 오사카 2 총 4개 라이브가 취소되었다.

이로써 남은 라이브는 파이널인 나고야 단 하나뿐이다.

정말 문자 그대로 최후의 라이브가 되어버렸다.

그 파이널 라이브마저 31일에 결과를 발표한다고 하는데 지금 일본 상황을 생각해보면 전망은 비관적이다.

 

 사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팬들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다.

킹 레코드가 정상이라면 이 상황에 라이브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리도 모두 알고 있다.

알고 있어서 어느 때보다 슬픈 것이다.

올해 예정되어 있던 라이브 투어가 우리 앞길을 비춰줄 것이라는 밝은 미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의 여름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나에게 여름은 정말로 특별하다.

왜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여름 라이브 투어가 있으니까.

덥고 습하고 스트레스 쌓이는 짜증 나는 계절이라도 라이브 하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여름이 좋다.

물론 겨울에도 라이브는 한다.

하지만 여름이라는 순간만이 가져다주는 활기, 청춘이라는 것은 겨울과 비교를 할 수 없다.

올해 우리에게 그런 활기와 청춘은 없다.

 

 라이브는 여름 한 순간이지만 나나 팬들에게는 일 년 농사나 다름없다. 

봄부터 투어를 준비하면서 설렘을 느끼고

여름에 투어를 다니면서 행복을 얻고

가을에 투어를 회상하면서 추억에 잠기고

겨울에 다음 투어 소식을 기다리면서 희망을 가진다.

내 인생을 책으로 쓴다면 매년 열렸던 여름 라이브 투어만 가지고도 책을 완성시킬 수 있지 않을까.

내 평범한 인생을 이야기로 쓸 수 있을 만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건 틀림없이 라이브다.

올해 우리에게 그런 이야기는 없다.

 

 우리의 여름 이야기를 쓸 수 없는 지금 생각나는 곡이 있다.

바로 미즈키 나나 5집 앨범 『Hybrid Universe』 10번 수록곡, 『Late summer tale』이다.

멜로디만 들으면 경쾌하고 신나는 그야말로 여름을 상징하는 곡이다.

 

 하지만 이 곡 가사는 무려 지난 사랑을 추억하는 내용이다.

멜로디와 곡 가사가 주는 느낌이 정반대인데 어색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이 곡이 마냥 덧없고 슬픈 곡이 아닌 신나는 곡으로 받아들여진다.

 

 근데 왜일까.

이 곡에 등장하는 "너"와 "나"라는 인물 속에 "라이브"와 "나나 팬"이 투영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色褪せた日常, 빛바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가

キミを見つめていた, 라이브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반영해보니 가사가 참 술술 읽히더라.

 

 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지만 많고 많은 가사 중에 유독 귀가 번쩍 뜨이는 구간이 있었다.

Can I say good bye? but I don't forget

멀어져 가는 라이브를 보내줘야 하지만 잊고 싶지는 않다.

설령 단 한 번도 개연하지 못하고 취소될지라도.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같은 마음 아닐까.

그러니까 의미없을 지 모르는 굿즈를 사고 계속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는 것이겠지.

 

 기온이 점점 오르는 걸 보니 여름이 다가오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여름은 다가오지 않고 있다.

이 무력한 여름은 언제 끝날까.

올해는 여름이 참 길게 느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