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taku Essay

[20200607] 4년만에 다시 비에 흠뻑 젖었다.

 2016년 9월 22일, 벌써 4년 전이다.

『NANA MIZUKI LIVE PARK 2016』

회장이 무려 코시엔 구장이다.

 

 코시엔 구장 하면 한신이고 한신이면 미즈키 나나다.

자타공인 한신 팬인 미즈키 나나가 한신 홈구장에서 라이브를 한다.

본인에게도 큰 꿈이었고 팬들에게도 큰 희망 사항이었을 것이다. 

그 날, 나를 포함한 37,000명은 나나가 큰 꿈을 이루는 걸 다 같이 지켜봤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마냥 마음에 드는 라이브는 아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하는 곡들이 많이 나왔다.

마치 인물이 매력적이지 못한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인물이 매력적이지 못한 이야기도 플롯이 잘 짜인다면 완성도가 크게 올라간다.

그리고 그 완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줬던 소재가 바로 비다.

실제로 PARK는 비라는 소재를 빼고는 이야기가 성립조차 되지 않는다. 

 

 라이브 전부터 그칠 줄 모르고 내리던 비는

라이브 직전에 기적과도 같이 멈추고

라이브 중반부에 다시 서서히 내리더니

라이브 후반부에는 비에도 꺼지지 않는 용기 있는 열정이 불꽃놀이를 만나서 감정이 북받치기도 하며

라이브 후에는 다 같이 비에 젖은 모습을 보고 유대감까지 느꼈다.

 

 모든 이야기에는 갈등이 필연적이고 그 갈등을 일으키는 매력적인 악역이 존재해야 한다.

주인공만큼 중요한 게 악역이다.

그 비는 PARK라는 하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악역이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악역이었다.

다들 비에 소지품이 젖고 굿즈도 손상되는 와중에도 기억에는 확실히 남았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우리 모두 좋아하는 라이브는 각자 다르지만 기억에 남는 라이브를 말해보라고 하면 PARK는 항상 나온다.

벌써 4년 전 라이브인데 말이다.

 

https://twitter.com/NM_NANAPARTY/status/1265583634079072257

 

水樹奈々オフィシャル on Twitter

“/ 「NANA MIZUKI LIVE PARK 2016」 ✨YouTubeプレミア公開決定✨ \ 5/31(日) 19時より、2016年に阪神甲子園球場で行ったライブをYouTubeにてプレミア公開! 視聴URL▽ https://t.co/EPUAcVo0wj 当日はこのアカ��

twitter.com

 공식이 최근에 유튜브로 과거 라이브를 기간 한정 공개했다. (지금은 기간이 지나서 감상 불가)

왜 하필 많고 많은 라이브 중에서 PARK였을까?

단순히 규모가 컸던 라이브 중 최근 라이브라서?

불꽃놀이, 비, 제트 풍선 등 볼거리가 많아서?

화려한 세트 리스트?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생각의 관점을 바꿔보자.

PARK는 다른 라이브랑 어떤 부분이 달랐을까?

규모가 큰 라이브는 매년 하나씩 있었고 볼거리도 매년 하나씩 있었다.

세트 리스트는 장담하는데 PARK보다 파괴적인 라이브가 많이 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소거법으로 단 한 개가 남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이야기란 갈등이 없으면 생명력이 다한다.

바꿔 말하면 갈등이 있는 이야기는 생명력을 유지한다.

다른 라이브와 달리 PARK는 비라는 명백한 악역이 존재하고 그 덕분에 스토리가 더욱더 복잡해진다.

 

 『アパッショナート』와 『BRAVE PHOENIX』가 비가 없었다면?

『Fun Fun★People』에서 비 없이 색소폰을 연주했다면?

물론 감동적이긴 했겠지.

 

 하지만 우리에게만 감동적인 것과 모두에게 감동적인 것은 엄연히 다르다.

"와 저 곡을 부른다고?""와 비가 저렇게 쏟아지는데 저 곡을 부른다고?"는 엄연히 다르다.

"와 앵콜에서 색소폰을 연주한다고?""와 비가 저렇게 쏟아지는데 앵콜에서 색소폰을 연주한다고?"는 엄연히 다르다.

 

 그 엄연히 다른 것이 PARK의 정체성이고 다른 라이브와는 다른 차별점이다.

나나 팬에게도 감동적이지만 나나 팬이 아닌 다른 오타쿠들에게도 가장 임팩트 있게 다가오는 매력적인 이야기.

많고 많은 라이브 중에서 하필 PARK를 고른 이유도 이러한 이유 아닐까.

 

 유튜브로 다시 보긴 했지만 처음부터 보고 싶어서 주말에 느긋하게 다시 봤다.

유튜브 공개판은 아쉽게도 MC가 생략된 곳이 많았고 이왕이면 화질 좋은 풀버전이 좋지 않겠는가?

 

 4년 만에 다시 맞은 비는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기억할 것 같다.